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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2026년 7월 《월간 십육일》에서는 이원재 작가님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 안전벨트를 잡는 마음 >
어느 해보다 길었던 5월이었다. 우리 현대사엔 유독 기억해야만 할 일들이 이다지도 많아서 새로운 아픔들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가 보다.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4월과 7월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4월엔 노란색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나 역시 7월의 생존자라는 이유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2000년 7월의 나는 3박 4일 간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여행의 피곤함이 아이들을 잠 속으로 끌고 들어간 여정의 막바지에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들었다. 수학여행단 버스 행렬 일곱 대 중 다섯 번째 버스와 트럭이 충돌했고 여섯 번째 버스는 앞차와 추돌, 일곱 번째 버스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급선회하다 30여 미터 가량 되는 언덕을 굴러 떨어졌다. 트럭과 충돌한 버스는 엔진에 불이 붙어 완전히 타버렸고 거기에 타고 있던 아이 열셋이 세상을 떠났다. 앞차와 추돌한 버스와 아래로 굴러떨어진 버스에서 나온 부상자도 부지기수였다. 나는 그 여섯 번째 버스에 타고 있었다. 불이 옮겨붙기 직전 버스에서 뛰어내린 뒤 버스 안에 정신을 잃고 있던 친구들을 구해보려고도, 여기저기 다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친구들을 도와주려고도 종종거렸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대신 팔짱 끼고 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있는 어른들의 무심함과, 너희 때문에 우리도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는 익명의 또래들의 눈총을 견뎌야 했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긴 이래 가장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고 전 국민이 뉴스로 사고 현장 생중계를 지켜보았다. 진상 조사와 대책이 제대로 논의되기도 전에 학교에는 곧장 빈소가 차려졌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조화들을 헤치고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관료, 지역 정치인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조차 없어 울부짖는 부모들과 친구들의 울음소리가 그 빈자리를 메웠다. 여행지가 학생들의 선호도 조사 결과와 다른 코스로 결정된 것은 아이들을 실어 나를 버스 회사의 스케줄에 맞춘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회사에 대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업체의 대표가 교육청 관계자와 교분이 깊어 부산의 학교 단체여행 수송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풍문 또한 비난을 가중시켰다.
학교는 곧장 이른 방학에 들어갔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방학을 맞은 우리가 시내 곳곳에 입원한 친구들 병문안을 다니는 동안 정부, 교육행정기관과 조사 기관, 병원은 복잡한 행정 절차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조사가 길어지면서 부모님들에게는 자식의 보험금을 타 먹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따라붙었다. 그따위 질문에 대꾸조차 하기 힘든 찢어지는 마음들을 ‘산 사람은 살아야 된다’는 말들이 가로막았다. 사건의 당사자이면서도 생존자인 우리는 그런 이름조차 얻지 못했고, 놀랍도록 빠르게 그날의 사고를 잊어갔다. 제대로 애도하고 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저 잊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디선가 반복적으로 본 듯한 이야기라면, 그건 순전히 우연의 일치이길 바란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지금, 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생안전부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다. 학교 밖으로 체험학습 인솔을 나갈 때마다 버스를 탄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맸는지 내 손으로 직접 만지며 확인하고 차창을 깰 수 있는 망치의 위치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는 선생님이 된 것은, 그날의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결과는 아닐까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도록 『월간십육일』의 지면이 허락된 것도 그날의 기억을 잊지 말라는 얄궂은 운명의 장난 같다. 여전히, 아이들의 안전벨트를 잡아주면서 나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느낀다. 그리고 나와 같은 참사를 겪은 이들의 마음도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이들에게 혐오와 조롱을 퍼붓는 이들에게 함께 저항하고 분노하게 된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18의 엄마들이 팽목항에 내걸었던 현수막의 문구를 기억한다. 5.18이 세월호로 연결되고, 다시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래도록 한 가지 생각을 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를 가장 먼저 알아본다는 사실이다. 팽목항을 가장 먼저 찾았던 5.18의 어머니들이, 노란색 리본을 오래도록 가슴에 달고 있던 세월호의 어머니들이,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며 거리로 나선 이태원의 유가족들이 그랬다. “당신의 원통함을 내가 안다”는 말은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을 외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알아줌의 품 안에 2000년 7월의 우리도 함께 놓아 주었으면 한다. 기억은 고통을 경쟁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이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꼭 참사이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나는 오늘도 학교에서 아침을 열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눈다. 무사히 학교에 와 준 아이들에게, 살아서 내 앞에 걸어와 준 아이들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한다. 어쩌면 그것은 오래전 내가 살아 남은 사람으로서 갚아나가야 할 빚인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아이들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고, 다시 누군가에게 흘러갈 수 있다면 좋겠다. 죽은 자들이 남긴 기억이 산 자의 삶을 바꾸고, 산 자의 작은 환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지탱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참사가 아닌 일상 속에서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원재 (작가)
2000년에 일어난 수학여행 사고의 생존자이다. 현재는 작가이자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생안전부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참사 이후 삶과 교육의
의미를 꾸준히 성찰하며, 어떤 순간에도 절망보다 희망을 전하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요 작품
『체육복을 읽는 아침』,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냐고 묻는 그대에게(공저)』,
『누군가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정선 가득한 아침』 등

《월간 십육일》은 매월 16일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글을 연재합니다.
다양한 작가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주제의 글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계속 이야기해 나가자고 합니다.
*연재되는 모든 작품들은 4·16재단 홈페이지,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뉴스레터 등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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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st 4.16생명안전공원 공사현장 드론 영상 (2026년 6월 21일) first appeared on 재단법인 4·16재단.
]]>‘세월호 피해지원법’에 따라 조성 중인 4.16생명안전공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장소입니다.
4·16재단은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공사 진행 소식과 과정을 시민 여러분과 계속해서 공유하겠습니다. 함께 지켜봐 주시고,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2026.6.21.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있는 6월입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지하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공간에서는 지하 바닥에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였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안전을 위해 공사가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으니 참고 바라며, 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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